에디터 H에게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는 최소 30시간 정도는 고민을 거듭해야 합니다만... 항상 제 대답 TOP 3 안에 들어오는 꽃이 바로 고광나무입니다. 정원수로 각광받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절화 시장에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고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인데요. 꽃이 피는 시기가 초여름 잠깐뿐일 뿐더러 아직 절화용으로 고광나무를 생산하는 농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고광나무의 고광(孤光) 이라는 이름은 외로울 '고' 에 빛 '광'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독한 빛' 이라는 이름대로 기품있는 생김새와 빛깔을 지니고 있고 특히 특유의 흰 꽃잎은 밤에도 환히 빛난다고 해서 옛 고전에도 꽤나 등장하는 꽃이에요. 야생의 고광나무는 그 꽃이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산매화' 라고도 불리며, 새순에서 오이 같은 신선한 향기가 나기에 '오이순' 이라고도 합니다. 연한 새순과 잎은 나물로도 먹고, 꽃술은 꽃차로, 뿌리와 열매는 약재로도 쓰이기에 뭐 하나 빠지는데가 없는 식물이지요.
홑꽃 품종의 고광나무. 빈티지 주전자에 툭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이번에 소개하는 고광나무 '스노우벨' 은 겹고광나무 품종으로, 이름답게 우아한 빛깔과 생김새는 물론 근처에만 가도 풍기는 향기가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자스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오렌지/감귤류의 꽃에서 나는 달콤함, 장미 향기를 연상시키는 촉촉함까지... 머리 아프지 않으면서도 그윽한 향기가 일품이거든요. (오렌지꽃을 닮은 향기 때문에 스노우벨 고광나무는 서양에서 Mock Orange, 즉 '나도오렌지나무' 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먼저, 그리고 자생지인 우리나라에서도 고광나무는 점점 정원수로 인기 높아지고 있습니다. 흐드러지는 봄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고 나서 푸른 잎들만 가득해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정원에 아름다운 꽃과 귀한 향을 동시에 더해 주는 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뿐인가요? 병해충에도 강하고, 나비와 벌에게도 인기가 좋아 생태계에도 큰 도움을 주며, 옮겨심기에도 강한 여러 장점 덕분에 가드너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식물이에요.
육아휴직중이었던 MD 수지님의 배송실험 결과 리포트
기품, 품격, 추억 등 꽃말도 참 자기다운 고광나무는 이번에 처음으로 어니스트에서 소개드립니다. 사실 작년부터 너무나 판매하고 싶었지만... 배송 안정성 실험을 하고 나니 작기가 딱! 종료되어버리는 바람에, 정작 실험만 하고 판매는 하지 못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데요... 1년을 기다려 올해에는 드디어 출하되자마자 이렇듯 소개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작기는 매우 짧습니다. 아마 이번주 며칠만 판매 가능하고 다음주면 쏙 들어가 버릴 텐데요... (흑흑흑)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여러분만이라도 제발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귀하신 몸 고광나무를 한 번씩 경험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리 유명한 꽃도 아닌데 에디터 H는 왜 이렇게 난리인거야? 하고 의심하실 수도 있겠지만, 한 번 고광나무의 얼굴과 향기를 경험해보시고 나면 아마 제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밖에 없을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