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일기ㅣ다산 프리미엄 아울렛 팝업 후기 에디터 쏘피의 편지, 202번 째 페이지
님, 오늘은 꽃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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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두 다리에 힘을 주어 흙길을 오르고, 이내 숨이 차오르면 맑은 공기가 폐를 채웁니다. 몸이 뜨거워지며 더 자주, 많이 숨을 쉬었어요. 그리고 올려다 본 하늘은, 가늠도 안될 만큼 높은 나무 위에 가늠도 안될 만큼 멀리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땅을 보았습니다. 땅을 디딘 제 발을 보았습니다. 나는 제법 용감하게 이 땅에 발을 잘 디디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엔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았어요. 요즘은 땅과,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를 보면 기분이 더 좋습니다. 적어도 하늘이 주는 것보단 땅이 주는 것이 제게는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수록 헛된 꿈을 꾸는 시간보다, 땅에 두 다리를 붙이고 살아가는 이 시간이 귀해집니다. (아 물론 여전히 헛된 꿈도 좋아요 흠흠)
귀뚜라미가 뛰어갑니다. 개미도 보입니다. 뱀굴도 보이네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고통을 다른 생명과 비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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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이런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고통의 정도는 각기 다르다 vs 고통의 정도는 비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저는 후자였고, 지금도 그 생각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세월에 따라 지나온 삶의 이정표가 많아지고, 살아온 세상이 넓어질수록 새로운 고민, 새로운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그럴 때마다 새롭게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에 늘 마주하죠. 그것을 넘어서고 나면 힘겨웠던 모든 고통이 조금은 희미해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어린아이의 고민을 함부로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아이에게 친구와의 싸움은 너무나 큰 고통일 거예요. 이후에는 어쩌다 한번 망친 시험이나 연인과의 다양한 문제에 속이 타들어 갈 것이고, 취업의 벽 앞에 좌절을 맛보는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지점은 그때마다 ‘최고의 시련’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갑니다.
비로소 건강을 잃어보면, 또 타이틀의 주인은 바뀌죠. 어른이 되어야만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은 그저 ’겪어보았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직접 ‘겪어보지 않은’일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당도한 이 고통에 허우적대는 것입니다. 당신의 고통이 나보다 하찮은 것이 아니고, 그저 내가 겪어본 세상이 달라 지금 이 시기가 유독 힘든 거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적어도 저는 고통의 높낮이는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내 앞에서 고민하는 어린 사람, 성숙한 사람의 이야기는 다 달라도, 다 똑같이 가엽고, 대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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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는 길이 저는 더 힘들었어요. 올라갈 땐 힘을 주면 되던 것이, 내려올 땐 더 요령이 있어야 되더군요. 힘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있다면 때론 힘은 적당히, 무릎의 상태를 살피며 걸어야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지금 저는 조금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그저 힘내라는 말보다, ‘너는 이미 잘 하고 있어’ 라는 위로의 변주가, 때로는 나의 내리막길에 응원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면 다시는 오르지 않나요? 내려왔으면 막국수 한 그릇 먹고 푹 쉬면 됩니다. 그리고 또 산을 오르면 됩니다. 인생은 그런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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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죠. 때로는 더 깊은 사색을 위해 하강을 선택하기도 해요. 얼마 전 다녀온 인크커피 다산점은 넓고 깊은 공간을 커피의 향기, 책, 그리고 ‘공기’로 가득 채운 곳이었어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시원했고, 조용한 휴식을 즐기기 좋았죠. 마치 ‘예쁜 동굴’ 같았던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위로 올라갔어요.
이 일이 지나가면,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제게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 한 지인이 저에게 말했어요. ‘언니는 이 일이 지나고 나면, 또 얼마나 더 깊은 사람이 될까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니 적어도 한 명에게라도, 나는 이 일에 좌절할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이겨낼 것이고, 오히려 성장할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결’과 상관없이 ‘인정’받은 기분이었거든요.
에디터로써 저는 늘 이야기해왔습니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고. 단 한 명이라도,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우리는 더 많은 산을 오를 수 있어요. 다양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걷는 저와 여러분들의 여정 위에 어니스트 플라워는 그저 꽃을 뿌립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쉬어가는 모든 시간에 충분한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그리고 다시 나아갑시다.
이미 우리는 참으로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쏘피는 당신의 모든 시련을 응원합니다.
-사색의 공간에서, 쏘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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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팝업스토어 후기> 꽃으로 물든 2주, 그리고
마음을 나눈 이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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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이어졌던 다산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팝업스토어와 원데이 클래스가 어제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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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쏘피는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현장에 깜짝 방문해 작지만 깊은 온기를 느끼고 돌아왔어요.
2층이라는 비교적 조용한 공간에 자리 잡은 어니스트 플라워. 처음엔 더 많은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꽃향기를 조용히 맡으며 한참을 머물던 고객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이곳이 우리와 잘 어울리는 자리였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함께 그 공간을 채운 '이웃 상인분들'의 마음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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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 속 물이 줄어든 걸 발견하고 조심스레 대신 채워주신 앞 가게 사장님, 꽃이 예뻐서 직접 엔카이셔스를 구매해 가신 뒤, 다음날 "너무 예뻐요, 집에 두니 매일 기분이 좋아져요"라며 후기를 전해주신 매장 직원분, 어느 날 지나가던 고객이 조화인지 생화인지 물었을 때, 우리가 듣기도 전에 슬며시 다가와 “생화예요, 진짜 향기도 나요”라고 말해주신 옆 가게의 따뜻한 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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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고객’을 만나러 간 자리였지만, 정작 꽃으로 위로받고 행복해진 건 우리와 같은 공간을 채운 이웃들이었는지도 몰라요. 그 따뜻한 손길과 말 한마디 덕분에, 꽃은 더 오래 피어 있었고 우리 마음에도 한 송이씩 꽃이 피어났어요.
다산에서의 2주, 정말 고마웠습니다.
'꽃을 바라보며' 일을 하니 너무나 행복했다는 사장님들, 언젠가 또, 꽃 한 다발 안고 인사드리러 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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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쏘피의 편지를 일방적으로 받아왔던 여러분, 뉴스레터를 읽은 후 즉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이제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응원 한마디, 아쉬운 점은 물론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쏘피가 들어드릴게요. 익명으로도 가능하니 어떤 말이든 괜찮아요. (매너는 기본이겠죠?) 당신의 목소리가 저와 어니스트에게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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