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사일런트 바 체험기, 그 두 번째ㅣ 에디터 쏘피의 편지, 221번째 페이지
님, 오늘은 꽃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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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에서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오래된 골목, 고즈넉한 기와, 처마 사이, 벽돌 사이로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풀꽃, 처연하게 청명한 하늘 아래를 걸었습니다. 다시 못 올 곳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쉽고, 요상하게 서운한 출근길입니다.
공기는 왜 이렇게 차갑고, 하늘은 왜 이렇게 푸른지, 바람은 또 왜 이렇게 스산하게 불고, 그 바람에 날리는 저 덩굴은 또 왜 이렇게 간지러운지. 눈은 즐거웠지만 체온은 괴로웠던 이날의 날씨처럼,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를 감정이 섞여있던 그날.
실내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깊고 짙게 무르익어버린 11월의 가을, 그 중심으로 생생하게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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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두 번의 출근이었지만 나는 익숙한 듯 조명을 켜고, 인센스를 피우고, 음악을 재생합니다. 이윽고 감성을 채우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면, 내 뇌의 반을 자리 잡았던 이성은 잠시 멀어져 가고, 떠다니던 감성을 잡아 빈 공간에 채워 넣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도 직원도 아닌, 그저 나로서 온전한 고요 속을 유영합니다.
정직하게 허락된 나만의 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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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될 무렵, 시작 시간에 앞서 한 부부가 들어옵니다. 예약자 전용 시간임을 고지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순간,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사일런트 바 고객임을 인지했습니다. 어떤 분위기냐고요?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표정에, 몸짓에, 언어에 행복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서로를 향해 건네는 말투, 눈짓, 그리고 저를 대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편안함'. 쉽게 대하는 편안함이 아닌, 친절과 예의를 담은 편안함,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일까, 이 중년의 부부에게선 기분 좋은 나무 향이 났습니다.
아내와 함께 꽃을 고르고, 꽃을 화병에 이리저리 담아보는 아내를 바라보던 남편분의 눈빛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는 이내 의자에 앉아 책을 폅니다. 본인의 꽃 10송이도 모두 아내의 것입니다. 그가 누리고자 한 것은 꽃이 아닌 '아내의 행복'임이 확실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때 그를 닮은 중후한 목소리의 노래가 오디오에서 흘러나옵니다. 그 아침, 부부의 아늑한 시간이 완성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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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보는 아내,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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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사일런트 바에 오는 고객님들 대부분 혼자일 거라고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부부, 연인, 친구분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그리고 그들은 사일런트 바에서 사랑, 우정의 감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아니라서 일까요? 대화가 없는 곳은 침묵이 흐를 것 같지만 아니에요. 오히려 서로를 향한 눈빛으로 가득해요. 예쁜 것 옆에 있는 예쁜 내 사람을 보고, 사진으로 남겨주고, 그 화면 너머로 보이는 소중한 사람을 또 마음에 새깁니다. 저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그런 모습들을 자주 포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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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하고 느낀 것이 있어요. 혼자일 때는 혼자라서, 함께일 때는 함께라서 좋다는 것.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은 '신뢰'이고, 마음이 더욱 견고해지는 방법이기도 해요. 물론 그에 대해 상호 이해가 될 경우라면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말이 좋더라고요
"따로, 또 같이"
그날 짝을 이루어 온 분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어요.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에게 아무 말이 없어도, 눈빛 하나로 대화가 이어지고, 침묵이 언어가 되는 순간이 있구나. 고요 속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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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매일
그 시선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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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바의 고요함 속에는 수많은 온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혼자 온 분들은 꽃 앞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찾았고, 함께 온 이들은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서로의 숨결을 닮아갔어요.
꽃은 그저 그곳에 피어 존재했을 뿐인데, 그 앞에 선 사람들의 표정이 그날의 온도를 완성해 주었죠. 그게 바로 사일런트 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잠시라도 행복하셨나요?
그럼 됐습니다. 그럼 어니스트의 행복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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