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쏘피의 편지, 233번째 페이지
님, 오늘은 꽃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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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저희 가족 구성원은 첫째 아이에서 아빠로, 아빠에서 엄마로, 그리고 둘째 아이에게로 징검다리처럼 독감을 주고받았습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숙명처럼 함께 아팠고, 병치레와 돌봄을 병행하며 몸만큼 마음도 메말라 갔습니다. 오히려 몸이 나아갈 때쯤, 문득 고립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외로움 뒤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줄을 지어 찾아왔고, 평소라면 단단했을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금 힘든 이 감정이 그저 고통의 일부인지, 약해져버린 나를 바라보는 내 답답함인지 모를 때, 터져 나오는 이 감정이 스스로 불편해지고 있던 그때, 결국 수화기 너머 아빠의 목소리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담담히 말씀하셨어요.
"사람은 몸이 약해졌을 때 가장 안 좋은 생각을 해. 네가 약해진 게 아니라 그냥 몸이 아픈 거란다. 너무 아플 땐, 마음의 소리에 지나치게 귀 기울이지 않아도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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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할 때
혼자 기울이지 말라고 하는 사람, 내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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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제게 일종의 구원 같았습니다. 마음이 내는 비명들이 나의 본심이 아니라, 그저 몸이 아파서 생기는 ‘증상’일뿐이라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거든요. 이상하죠? 하지만 적어도 저에겐 알맞은 처방이었어요.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너무 혹독하게 밀어붙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이상하고,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무도 내게 모든 아픔을 다 견뎌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나는 나를 꽤 자주 괴롭힙니다. 나를 혼내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죠. 그리고 하필 마음이 힘들 때일수록 그 소리를 다 들어주며 분석하려 애쓰지만, 사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은 분석이 아니라 그저 쉬게 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 이왕 시든 거, 무참히 시들어버리자.
곁에 둔 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꽃도 시간이 흐르면 꽃잎이 마르고 색이 바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실패했다’거나 ‘나약하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왜 우리는 꽃보다 강해야 하나요? 꽃과 나는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요?
당신도, 나도 그저 꽃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 삶의 굴곡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잠시 시드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해서 당신이라는 존재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닙니다. 꽃이 시든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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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돌보는 것은 어쩌면 아주 가벼운 순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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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회복이 더딘 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했습니다. 웃음이 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월에 오픈될 플로리스트 픽 페이지 작업을 하면서 꽃 사진을 봤어요.
'예쁘다'
단순히 꽃이 예쁘다는 감정을 느꼈을 뿐인데 작은 회복이 시작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단한 행복은 아니에요. 그저 작고 작은 감정이 주는 피식 웃음 정도인데도, 하찮은 생명에게서 생기를 전달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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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매주 월요일엔 팀원들이 모여 진행되는 위클리 업데이트 시간이 있어요. 오늘도 주말 이야기를 나누다가 팀원 한 명이 동백 꽃나무를 컨디셔닝 한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꽃을 피우기 위한 손질을 하다 보니 잘려나가는 잎이 너무 많았고, 그 잎들이 불쌍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위로에 진심인 쏘피지만, 이래 봬도 T라서요.. 꽃을 자르면서 불쌍해본 적은 없거든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마주하고는 웃음이 났습니다. 아주 사소한 이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니, 지난주 부정적인 생각으로 힘들어했던 몇몇 시간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가볍게 흩어졌습니다.
아픈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합니다.
몸이 아플 때 안 좋은 생각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사소한 환기가 필요해요. 창문을 열어 공기를 바꾸고, 예쁜 머그컵에 따뜻한 물을 담고, 곧 사라질지언정 지금 이 순간 반짝이는 꽃 한 단을 눈에 담는 일. 그런 작은 행위들이 모여 쓸데없이 부정적이던 ‘마음의 소리’에 가두어두었던 나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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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몸과 마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의 안 좋은 생각들은 잠시 모른 척해 주세요. 그건 당신의 진심이 아니라, 단지 당신이 조금 지쳐있다는 신호일 뿐이니까요.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잠시 '진짜 나'를 잃어버린 것뿐입니다. 진실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요? 진실이 별건가요. 오늘은 믿고싶은 것만 믿자고요!
몸과 마음의 안녕을 빌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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