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그저 알록달록한 환상처럼 느껴졌던 동화가, 어른이 된 지금은 새롭게 읽힐 때가 있습니다. 삶의 문턱마다 마주하는 선택지 앞에서, 문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이제 어느 길로 가야 해?"
길을 잃은 앨리스가 묻자, 나무 위에서 나타난 체셔 고양이가 대답합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넌 어디든 도착하게 돼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돼 있거든.
지도만 보면 뭐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아?
넌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지."
무책임한 듯 명쾌한 이 대답 앞에서 멈칫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거든요. 어른의 외형을 하고서도 여전히 사춘기 소녀처럼, 혹은 청춘의 한복판에 놓인 것처럼 불확실함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죠. 혹시 여러분도 저와 다르지 않나요? (웃음)
이 동화의 겉모습은 판타지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우리 삶에 던지고 있습니다. '나는 나만의 지도를 만들었을까?'
이 질문은 오래전 즐겨 듣던 god의 노래 <길>을 흥얼거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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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부모님이 설계해준 최신식 내비게이션이 내 길을 완벽하게 이끌어주지 않습니다. 때로는 이 길로 가면 무언가 대단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 것 같다가도, 목표가 잘못된건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하죠. 목적지 설정을 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요. 그렇게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회사는 다를까요?
어니스트플라워가 걸어가는 길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남들이 옳다고 하는 길, 편안한 길을 가기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묵묵히 개척하는 중입니다. '쉽게, 좋은 꽃을' 전하겠다는 그 단순한 진심을 지키기 위해 지도 위에 새로운 선을 그리고 있어요. 때로는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우리가 그리는 지도가 맞는지 되묻기도 하죠. 제가 지켜본 어니스트 플라워 팀원들은 한 명 한 명 그렇게 일합니다.
개인 혹은 회사가 끝내 당도한 그곳에 기대했던 도파민이나 화려한 보상이 없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일까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이 지도는 끝과 끝이 잘려 있지만 우리가 딛고 선 지구는 둥글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도착'이라는 안내가 뜰 때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동그란 지구에 끝이란 없고, 내비 목적지는 언제든 다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연령이든, 어디에 있든 여전히 동화 속 주인공임을 잊지마세요
어쩌면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가 길을 잘못 가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저 그녀가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그 마음의 방향을 스스로 확인해 보길 바랐던 거겠죠. 당신이 걷는 모든 걸음이 결국 당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소중한 선이 될 거예요. 그가 건넨 엉뚱한 조언들 사이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인 것 같습니다.